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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글쓴이 : kevin 날짜 : 2016-01-25 (월) 05:25 조회 : 617

아버지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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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힘들다.
경제불황과 고용불안 속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자녀교육도 힘겹고 자녀를 안심하고 키우기에도 조마조마한 세상이다.
자녀와 대화를 하려해도 쉽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이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소외당하는 많은 아버지들은
정신적으로 "기러기 아빠"일지 모른다.

- 경향신문 사설 "자녀 4%만이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에서-

백 명의 자식 중 네 명만이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비탈에 서 있는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 같아 우울하기만 합니다.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가 아닙니다.
술 먹고 들어와 코나 골아대는 오염덩어리가 아닙니다.
험한 일만 골라해야하는 머슴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니라고 외칠수록 더욱 더 고개를 떨궈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인지, 이 땅은 아버지들을 자꾸 외딴 곳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은 컴퓨터 속으로 익숙하게 들어가지 못하고,
자식들의 대화에 제대로 끼지 못합니다.
가장의 권위도 닳아서 거의 너덜거리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무조건 순종했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그냥 맞았고,
가난했기에 재워주고 먹여만 주면 열심히 기술을 배웠던 사람들,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냈던 사람들.
그런 아버지들이 거꾸로 자식들 눈치를 보고,
새 기술에 밀려 일터를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가슴이 저미면서도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들.
그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출근하는 아버지의 어깨와 낡은 구두를 살펴보십시오.

                〈김택근/시인〉